영상통화앱 ‘듀오’로 본 구글의 메시지 전략 변화

구글이 화상통화 앱 듀오를 출시했다. 듀오는 지난 5월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I/O를 통해 소개된 서비스로 구글은 올 가을에 정식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면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됐다.

듀오는 어렵게 설명할 것도 없이 아주 단순한 영상통화 앱이다. 음성 통화도 안 되고 메시징 기능도 없다. 오로지 화상채팅만 된다. 이 듀오는 메시지 앱인 ‘알로’와 짝을 이룬다. 알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체로 화상 통화 앱은 메신저에 하나의 기능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알로와 듀오는 이를 서로 떼어냈다. 이미 구글은 ‘행아웃’을 통해 메시지, 음성 통화, 영상 통화까지 모든 서비스를 합쳤던 바 있다. 구글은 이를 다시 뜯어내는 작업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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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아웃? 듀오? 뭐가 다르지…

그럼 구글은 왜 행아웃을 쪼갰을까? 구글은 행아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요즘 사용자들이 앱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체 서비스보다 기능으로 쪼개지는 추세가 강하다. 행아웃은 모든 기능을 다 품고 있다 보니 사용 방법이 어렵기도 하고, 요즘 톡톡 튀는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행아웃은 기능의 평가와 관계없이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글의 비즈니스 성격이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실패, 혹은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특히 메시징 서비스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성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나은 화질이나 빠른 메시지 전송 등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용자 경험으로 접근하느냐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알로는 요즘 젊은이들의 수요에 맞춰 캐주얼한 형태의 메시징 경험을 주었다. 듀오는 아주 전화를 걸듯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도록 쉽고 깔끔하게 바뀌었다. 듀오는 ‘이게 전부인가?’ 싶을 정도로 화면 구조가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구글은 ‘노크노크(knock knock)’라는 기능을 덧붙여서 영상 통화의 경험을 싹 바꿨다. 양쪽이 연결된 이후에 화면이 전송되는 게 아니라 전화를 거는 순간부터 영상을 전송한다. 그래서 받는 쪽에서는 통화가 연결되기 전에 상대방의 화면이 보인다.

이 연결 방식은 단순하지만 사용 경험 측면에서 보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영상을 통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뭐 이건 이미 일반 전화나 여러 채팅앱들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실시간 영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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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는 연결 속도다. 여지껏 영상 통화 앱은 받는 쪽에서 통화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연결을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하기까지 잠깐이긴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 경험이 묘하게 불편하다. 하지만 듀오는 걸려온 순간부터 양쪽 스마트폰이 인터넷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통화 버튼은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통화 버튼을 누르면 지연 시간 없이 곧장 연결된다. 이 미세한 차이가 다른 영상 통화 서비스와 큰 경험 차이를 만들어낸다.

사용자 식별 정책의 변경

듀오를 스마트폰에 깔고 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전화번호를 통한 본인 인증이다. 여느 구글 서비스처럼 구글 계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서비스는 대부분 구글 계정으로 이용자를 식별하고, 여러 대의 기기를 쓰더라도 구글 계정을 입력하면 어디에서나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듀오는 오로지 딱 한 대에서만 쓸 수 있다. 이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큼직한 변화다. 사실상 구글이 행아웃을 대신해 듀오를 내놓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지금 사용하는 구글 계정, 즉 G메일 ID가 몇개인가?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다면 무조건 하나씩은 갖고 있을테고, 회사에서 쓰는 계정, 유튜브용 계정 등으로 나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럼 그 중에서 어떤 계정으로 연락해야 확실히 연락이 닿을까? 본인은 자주 쓰는 계정을 알지만 상대방은 이를 알기 쉽지 않다. 메신저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앱들의 경쟁력은 상대방과 확실하게 연결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전 세계에 깔아놓은 것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역할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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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자. 페이스북 계정은 여러개 만들기 쉽지 않다. 혹시 여러개를 쓰더라도 적어도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계정은 확인할 수 있다. 그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확실히 답을 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 계정은 전화번호 수준의 확실한 개개인 식별 장치가 되는 셈이다.

구글은 듀오를 통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식별하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앱을 실행하면 전화번호 인증을 통해 확실히 본인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카카오톡과 라인, 왓츠앱 같은 메신저는 일찌기 했던 방식이다. 행아웃도 전화번호를 식별번호 중 하나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행아웃 자체는 G메일 계정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로 설계됐기 때문에 전화번호는 큰 의미가 없었다.

알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방향성은 더 뚜렷해진다.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지만 안드로이드, 혹은 구글의 앱을 통해 사용자를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계정은 그 자체로 ‘나’를 의미한다. 하지만 계정이 너무 많아졌고, 추가로 계정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되면서 ID가 본래 의미인 아이덴티티(Identity)의 성격을 잃고 있다. 구글의 목표는 결국 전화번호와 G메일 계정을 묶는 것이겠지만 그 출발은 과감히 구글 계정에 의존도를 낮추고 전화번호만으로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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