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책보라는 이상한 회사 ‘트레바리’

만약 당신에게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내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돈을 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많은 분들은 ‘굳이 왜?’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었으면 됐지, 돈까지 내가면서 독후감을 쓰고 토론회에 참석할 이유는 별로 없죠.

그런데 이런 모임을 사업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업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돈 내고 독서모임 참석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과 윤수영이라는 이 모임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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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윤수영 대표(가운데)

트레바리는 앞서 소개한 대로 유료 독서토론모임입니다. 윤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한달에 책 한 권(텍스트)을 읽고 독후감을 쓴 사람들끼리 이야기 나누고, 뒷풀이로 친해지는 것이 트레바리의 중점 활동입니다. 트레바리는 4개월 단위의 멤버십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19만~29만 원입니다. 현재 3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회원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안 할 수 없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은 돈을 내면서까지 트레바리 독서모임에 참석할까요?

윤수영 대표는 “독서모임은 현대사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윤 대표는 “한국인은 정보를 많이 접하는데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책을 읽은 후 독후감으로 써보고 남들에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텍스트를) 제대로 소화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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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경제모임 ‘이콘’

또 ‘커뮤니티’도 트레바리가 주는 주요한 가치입니다. 트레바리에는 주제별로 독서모임이 있기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가진 사안에 공통적으로 관심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와 지적교류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는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이처럼 새로운 인맥 형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에서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과정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지적활동을 매개로 인맥을 쌓는다는 점에서 트레바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최고경영자과정은 ‘학위’라는 눈에 보이는 당근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윤 대표는 “새로운 관계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대학원이나 같은 업계 사람끼리 스터디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지적 활동 공간은 많지 않다”면서 “트레바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지적활동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트레바리 모임의 본질은 독서가 아닙니다. 책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기 위한 매개체입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친목 동호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이라는 매개체와 유료라는 장벽으로 인해 참여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윤수영 대표은 원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다니던 일반 회사원이었습니다. 6년 전부터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을 해오면서 독서모임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윤 대표는 “독서모임할 때 책을 읽고 얘기하는 것은 즐거운데 짜증을 일으키는 여러 행정적인 요소(연락하기, 회비걷기, 독후감받기, 장소섭외 등)가 있었다”면서 “트레바리 회원들은 독서모임의 재미있는 것만 즐기고, 짜증나는 요소는 트레바리에 맡기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레바리는 스타트업 투자자들의 주목도 받고 있습니다.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춘데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관점에 따라 관련 시장이 거대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표는 이미 투자제의도 여러차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아직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이미 BEP(손익분기점)를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급하게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를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믿는다”면서 “투자를 받게 되면 성장을 위해 가치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투자받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표가 생각하는 트레바리의 장기적 목표는 미디어 교육회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른들이 교육을 받는 곳은 오로지 미디어”라면서 “독서모임에서 미디어 기반 성인교육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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