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G5는 왜 고전할까

LG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4조17억원에 영업이익 5천8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은 약 140%가 늘어났다. 매출이나 수익의 숫자 자체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가전과 TV가 이끌었고, 큰 기대를 걸었던 모바일의 성적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휴대폰 부문에서 매출 3조3258억원에 1535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LG전자 스스로도 적자의 원인을 G5의 부진으로 보고 있다.

G5는 올해 선보인 스마트폰 중 가장 주목받았던 제품이다.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일찌감치 발표장에 들어가는 입장권이 마감됐고, 각종 기사와 블로그, 그리고 소셜미디어 글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G5는 흠 잡을 데 없는 디자인에 고성능 프로세서와 듀얼 카메라, 그리고 무엇보다 아래부분을 떼어내고 하드웨어적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모듈 형태 디자인을 내세운 것이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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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삼성전자가 같은 날 발표한 갤럭시S7를 뒤엎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도 그럴 듯이 G5는 하드웨어 자체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게다가 시장이 목 말라했던 ‘신선함’이라는 키워드도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 기대와 관심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브랜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갤럭시S7과 G5의 맞대결이 힘없이 갤럭시S7으로 쏠려버린 이유를 두고 “결혼과 연애가 다른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는데 이것만으로 모든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적어도 신제품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들에게는 솔깃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LG가 제품의 포인트를 잘 못 잡은 것도 아니다. 제품 뒷면에 두 가지 화각의 카메라를 달고, 필요에 따라 골라 쓰는 듀얼 카메라는 올 하반기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심지어 애플도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다.

LG을 웃게도, 울게도 했던 핵심 기술은 확장 모듈이었다. 모듈은 발표와 함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루미늄 일체형 디자인에 배터리 교체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디자인의 목표는 뒷판이 아니라 아래를 여는 아이디어로 피어났다. 이는 단순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에 기능을 더하는 하드웨어 모듈로 더해졌다. 이는 다소 뻔하고 식상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굉장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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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제품 발표와 함께 두 가지 모듈을 내놓았다. 하나는 사진을 편하게 찍을 수 있도록 촬영 기능을 담은 카메라 그립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음질 오디오를 재생하는 뱅앤올룹슨(B&O)의 오디오 모듈이었다. LG전자는 이 두 가지 모듈을 통해 G5의 하드웨어 확장 가능성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G5의 모듈은 기능 구현이 자유롭다는 점과 모듈 기술 자체는 LG전자만의 것이 아니라 개방형 기술로, 누구나 모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야 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표방한 셈이다.

이후의 행보도 흥미로웠다. LG전자는 지난 3월 개발자들을 모아 놓고 외부 업체들이 하드웨어 모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어 API를 공개하고 지원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LG전자 내부 사내 게시판에는 모듈 아이디어를 받는 게시판이 열렸고, 온 직원들이 깜짝 놀랄 만한 제품 컨셉을 짜냈다. 생태계가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LG전자는 G5의 확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프렌즈’라는 기가막힌 마케팅까지 시작했지만 친구들은 더 이상 붙지 않았다. 카메라 모듈은 기본 구성품처럼 G5 구매자들에게 모두 주어지는 제품이 됐고, 최근에는 뱅앤올룹스의 오디오 모듈까지 프로모션 형태로 끼워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디어들은 그저 아이디어로 남았고, 가장 기대했던 서드파티 업체들의 액세서리도 나오지 않았다. 제품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기존 모듈의 한계점도 지적되기 시작했다. 기능적으로 그렇게까지 돋보이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비틀어 보면 하드웨어의 부족한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채우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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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적인 부분도 있다. 모듈은 본체에서 분리되는 형태의 부품이기 때문에 접점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G5를 분리하는 건 배터리를 바꾸는 것보다 모듈을 바꾼다는 개념에 가까운데 모듈을 바꿔 끼우려고 떼어내면 전원이 꺼지기도 했다. 기기 자체에 아주 작은 배터리 하나만 품었어도 다른 경험을 주었을 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생태계 자체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쓰라린 부분이다. 초기부터 ‘이 모듈들은 G6가 나오면 쓸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지만 LG는 이에 속 시원한 답을 내지 못했다. 모듈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G5만을 위한 액세서리라면 그 자체로 시장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LG전자가 신제품을 내놓는 순간 모듈도 함께 ‘구형’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플도 아이폰의 충전 단자를 30핀에서 8핀 라이트닝으로 바꾸면서 기존에 나와 있던 충전기, 스피커 독, 오디오 모듈 등 온갖 액세서리는 폭탄을 맞았다. 애플은 그 자체로 충분한 시장을 만들 만큼 판매되는데도 아쉬운 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는 액세서리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이 모듈 때문에 LG 스스로 차세대 기기의 디자인을 한정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LG전자의 아이디어와 시도, 그리고 제품으로 만들어낸 뒤 운영하는 과정 전반에 대해서는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다. 모듈은 큰 시도였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G5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제품이었고, 액세서리 생태계에도 낯설었다. 망설이다보니 벌써 반 년이 흘러간 느낌이 없지 않지만 LG전자가 당장의 실적을 떠나 모듈을 통한 생태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비친다면 이는 LG전자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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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누구보다 LG전자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모듈은 굳이 배터리 교체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디자인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로 할 수 없는 가려운 부분들을 명확히 긁어주어야 하고, 서드파티 업체들이 몇 달 보고 뛰어들 게 아니라 크든 작든 2~3년씩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듈보다도 G5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품 그 자체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듈 같은 부가 기능은 LG전자 스마트폰의 전반적인 성격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부디 LG전자가 당장 G5의 부진을 모듈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뒷면 전원 버튼이나 V10에서 보였던 보조 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LG전자 제품의 성격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평범함보다 눈에 띄는 특별함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치가 되고 있다.

LG전자는 실적 발표와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은 기술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볼 수 있는 지속성이 필요한 단계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가장 어렵고, 그 중에서도 하드웨어 플랫폼은 더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G5와 그 ‘친구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루빨리 LG전자가 좋은 친구를 사귀길 바라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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