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휠체어 파일럿 개발자’ 최영재 씨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 근무하는 최영재 씨는 소아마비라는 질병으로 인해 세 살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스스로 걸을 수 없기 때문에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오고 있습니다.

스스로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면에서 불편함을 겪어야 했고, 어차별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우연히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고, 결국 장애인 비행학교에 입학해 파일럿 자격증을 땄습니다. 심지어 곡예 비행까지 합니다. 동양인 최초의 ‘휠체어 파일럿’이 탄생한 것입니다.

K-13이후 최 씨는 휠체어 파일럿으로 유명해져 언론에 보도되고 TV에 나와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이 최 씨의 본업은 아닙니다. 최 씨는 미국 이베이에서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이베이 전에는 넷스케이프, AOL,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만텍, 구글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휠체어 파일럿’으로 유명해졌지만, 실리콘밸리의 ‘휠체어 개발자’로 불려도 좋을 듯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입니다. 다리를 못 쓰는 장애가 있더라도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수행할 데는 별로 지장이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에서 휠체어를 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장애를 가진 분들은 적지 않은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분들의 비율이 낮아 보입니다. 국내에 IT기업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을 안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휠체어 개발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에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최 씨에 따르면 휠체어를 타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KakaoTalk_Photo_2016-07-20-18-34-41_67“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의외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고도의 기술력보다는 집중력이 필요한데,  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나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최 씨의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가 거쳐온 회사들은 실리콘밸리와 웹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웹의 부흥을 이끈 넷스케이프, 포털 서비스의 상징 AOL, 솔라리스와 자바를 만든 썬마이크로시스템, 글로벌 1위 보안업체 시만텍, 현재의 인터넷의 지배자 구글, 전자상거래의 리더 이베이까지 휠체어를 타고 실리콘밸리를 종행무진했네요.

최 씨는 현재 L10N(Localization)이라는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베이의 소프트웨어(서비스)를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변환하는 일입니다.

최 씨는 거의 이 업무만 20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넷스케이프 시절부터 이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영어 기반의 이베이 서비스를 10여 개 언어로 서비스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현지화(Localization)이라는 것은 단순히 메뉴를 번역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이베이 서비스를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려면 언어를 바꿀 뿐 아니라 시간과 날짜 표기법을 교정하는 일부터, 화폐단위, 결제, 선적, 사용자환경(UI) 등 다양한 영역을 현지에 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만 20년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최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에서도 현지화라는 분야를 20년 동안 했으니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 씨는 사람들에게 “휠체어 탄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생각과 시각이 바뀌면 내 마음에 변화가 오고, 그러면 변화된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꿈과 믿음이 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도 이룰 수 있습니다.”

PS : 이 기사는 7월 2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테헤란로 런치클럽 최영재 씨의 강연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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