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어스에서 안보 시설 가릴 방법이 있다?

우리 정부에겐 구글의 위성 지도 서비스가 눈엣가시입니다. 구글 어스에 청와대를 비롯한 안보 관련 시설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구글 어스에서 한국의 안보 시설에 대해 ‘블러(흐리게 하는 것)’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위성 지도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구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위성 지도 서비스 업체의 공통점입니다.

google-earth-18구글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구글에 이래라 저래라 할 힘이 없습니다. 해외 기업이 자신들이 찍거나 구매한 사진을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외법권이죠. 개인이라면 초상권이라도 내세워보겠지만 건물이나 시설엔 초상권이 없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대한민국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든 위성지도 서비스에 자신들의 안보 시설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위성 지도 서비스 업체들은 각 나라의 사정을 일일이 봐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구글 어스에 전 세계 모든 국가 안보시설이 노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 어스에서 블러 처리된 곳이 종종 나타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2016-07-14 14.06.04

구글 어스에 나타난 네덜란드의 한 항공기지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 항공기지는 분명히 블러처리 돼 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이 항공기지에 미국의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아 구글이 인공위성 사진에 블러처리를 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측에 구글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위성영상이나 항공영상 업체 쪽에서 이미 의도적으로 블러 처리된 영상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능하면 블러 처리되지 않은 영상을 구매하고자 하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 달리 대안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해당 영상을 사서 서비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네널란드의 항공기지도 구글이 블러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공급받을 때부터 블러 처리된 이미지였다는 설명입니다.

정김 상무는 “중요한 것은 구글이 직접 영상을 왜곡하거나 블러 처리를 하는 등의 검열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그렇게 블러 처리되거나 왜곡된 영상이 발견되었을 경우 가능한 한 다른 영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대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로선 구글 측의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이 구매한 저 지역의 위성사진에 처음부터 블러 처리가 돼 있었는지 보면 되겠지만, 그걸 확인하긴 어렵겠죠.

다만 저 항공기지 지역은 원래 블러 처리돼 있던 곳이 아니라 위키리크스의 폭로 이후에 블러 처리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글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저 항공기지 사진을 보면 일단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위성지도 사진 블러 처리를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블러 처리를 하는 곳이 분명이 있으니까요.

구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성사진 공급업체를 잘 설득하거나 돈을 지불하고 블러처리를 할 수도 있겠고, 사실이 아니라면 구글이 한국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해야겠죠.

혹시 구글이 미국 정부의 말만 듣는 건, 아니겠죠?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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