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오라클에 문을 열어줄까

 

오라클 래리 앨리슨 회장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하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한정한다면 오라클이 1위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10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오라클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IBM까지 넘어섰습니다.

이런 오라클의 성공 배경에는 대기업 고객들이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오라클 제품을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합니다. 포춘 1000대 기업 중 오라클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은 오라클의 제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워낙 비싸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라클도 지금까지는 돈 안 되는 스타트업 시장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1등 고객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죠.

대기업들은 기존의 시스템(레거시) 때문에 당장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하기 힘들지만,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클라우드 위에서 사업을 진행합니다. 앱 개발사, 게임 개발사 등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고객입니다.

오라클도 클라우드 업체로 거듭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인프라 서비스(IaaS)부터 플랫폼 서비스(PaaS),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까지 전체 라인업을 구비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c82-dbaas-cloud-computing-layers-2418222하지만 문제는 오라클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온 경험만 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 고객은 한 회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기 때문에 영업이나 기술지원을 맨투맨(Man to Man)으로 진행합니다. 오라클의 직원들은 이와 같은 방식의 비즈니스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습니다. 한 고객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맨투맨으로 영업을 하거나 기술지원을 하면 남는 게 없다고 봐야겠죠. 한 명의 영업직원이나 기술자가 적은 매출을 일으키는 고객사를 다수 담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오라클이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략과 프로세스, 툴이 필요합니다.

오라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과 인력을 만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 동안은 제품별로 사업부를 나누고 있었는데, 기존 조직 이외에 중소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판매하는 ‘오라클 디지털 세일즈’라는 조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직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10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고, 한국에서도 190명을 새로 고용한다고 합니다.

오라클 디지털 세일즈는 기존 오라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영업 대신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스스로 경험하고 오라클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을 만나고, 자동화된 툴을 활용해야 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오라클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B2B사업이지만, B2C 비즈니스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B2C 사업을 펼쳤던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에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오라클은 이런 방식의 비즈니스는 처음일 것입니다. 밖에서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오라클 입장에서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셈이지요.

과연 오라클이 스타트업 기업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은 별로 섹시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오라클에 문을 열어줄까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