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16] 워치OS와 tvOS

애플은 숨이 가쁘게 발표를 이어갔다. 팀 쿡 CEO는 지난 일요일에 올란도에서 일어난 총기 테러에 대한 묵념을 제안한 직후 “오늘 아침은 무척이나 바쁘다”라고 운을 띄운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키노트가 시작한 지 불과 30분도 되기 전에 tvOS와 워치OS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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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번 WWDC16 키노트에서 ‘4가지 플랫폼’을 강조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을 정리하고 공식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4가지는 tvOS, 워치OS, 맥OS, iOS다. ‘애플은 플랫폼을 정리하고, 개발자들은 그 플랫폼 위에서 함께 하며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번 WWDC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워치OS3, 제 옷 입은 애플워치

워치OS는 ‘3’이라는 숫자를 달았다. 애플워치가 발표된 게 2014년 가을이었고, 출시는 2015년 3월이었다. 이제 막 1년이 조금 넘은 이 플랫폼은 벌써 두 번의 큼직한 판올림을 겪는다. 특히 워치OS3은 드디어 애플이 이 기기를 이해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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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네이티브 앱으로 설계되고, 앱 최적화가 이뤄져서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보기 전에 이미 업데이트되어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앱은 누르면 거의 실시간으로 실행된다. 워치OS1에서는 앱이 워치에서 실행되기보다 아이폰에서 작동시킨 뒤 화면만 시계에 띄우는 방식이었다. 이를 워치OS2에 들어가면서 시계에서 직접 앱이 작동되고, 처리 속도도 약간 향상됐다. 그런데 워치OS3은 아예 미리 화면을 다 만들어 놓는다. 키노트 데모에서도 누르자마자 곧장 앱이 열리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앱의 화면은 이용자가 시계를 들여다보기 전에 미리 다 예측해서 업데이트되어 있다. 앱의 화면들은 독에 미리 다 떠 있고, 필요한 앱을 슥슥 넘기고, 터치해서 열면 된다. 앱이 열리는 속도는 이전에 비해서 7배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앱 접근성과 속도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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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면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고민도 조금 더 발전을 이뤘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 용두를 돌려 아래쪽으로 내리면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예시문들이 뜬다. 메시지의 문맥을 읽어내기 때문에 꽤 효과적인 답을 준다. 스크리블(scribble)이라는 기능도 더해졌는데, 작은 화면에 글자를 쓰면 필기 입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영어 외에 중국어로도 시연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부쩍 키노트에서 중국을 강조했는데 이 스크리블 역시 중국을 겨냥한 기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워치페이스도 추가된다. 미키 마우스 외에 미니 마우스의 워치페이스가 더해졌고, 운동량을 중심으로 꾸며진 시계도 추가됐다. 숫자만 표기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워치페이스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하는 단계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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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의 또 다른 해석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긴급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다. 애플워치의 사이드 버튼을 길게 누르면 긴급 상황이 신고된다. 신고자의 연락처와 위치는 물론이고, ‘건강’앱에 기록한 의료 정보들도 함께 신고된다.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거나, 범죄 대상이 됐을 때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번호를 따로 입력할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는 911로 신고되고, 홍콩에 여행가서 신고 버튼을 누르면 999로 된다. 따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119로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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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운동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친구들과 운동 데이터를 공유하고, 경쟁도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건 사실 가장 적극적인 동기 부여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피트니스 앱과 밴드에서는 일찌감치 구현했던 기능인데 애플워치에는 빠져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흥미롭다. 애플은 휠체어를 타는 것도 운동으로 해석했다. 애플은 휠체어 사용자들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서 휠체어를 미는 방법과 그에 따른 운동량을 계산했다. ‘일어날 시간입니다’라는 메시지 대신 ‘움직일 시간(Time to roll)’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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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외에 심호흡을 하는 프로그램도 더해졌다. ‘숨 쉬는 게 별건가?’ 할 수 있지만 차분하게 숨을 깊이 들이쉬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비롯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료계의 설명을 액티비티로 추가한 거시다. 눈을 감고 있어도 탭틱 엔진으로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그 사이에 심박수도 측정한다.

워치OS3로 이제 애플이 애플워치의 프로세서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기기에 대해 정리가 되다보니 API도 많이 열렸다. 스프라이트킷과 씬킷으로 화면 효과를 더 늘릴 수 있고, 앱이 크라운과 터치 재스처, 스피커, 오디오 등 애플워치 전반의 하드웨어 기능을 모두 다룰 수 있게 됐다. 시계 앱 안에서 애플페이 결제로 연결하는 것은 기본이다.

“TV의 미래는 앱”

tvOS도 함께, 그리고 아주 숨가쁘게 공개됐다. 이 tvOS는 4세대 애플TV와 함께 공개됐다. 이제 막 8개월이 된 신생 플랫폼이다. 그래서 아직 2.0같은 큰 판올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사용성을 가다듬어야 하는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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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둔 애플의 메시지는 아주 단호하고 명료하다. “TV의 미래는 앱에 있다”는 것이다. 그건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방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앱을 쓰기에 TV는 일단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 바로 ‘입력’이다. 4세대 애플TV의 리모컨은 모션 센서와 마이크를 갖고 있어서 일단 기본적인 제어는 ‘시리’를 이용한다.

시리의 콘텐츠 검색은 더 발전해서, 원하는 내용을 그냥 말로 풀어서 이야기하면 된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 영화 중에서 80년대 작품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아이튠즈 뿐 아니라 모든 앱으로 검색을 확대할 수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메이저리그 등 시리가 앱 안을 검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iOS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애플이 시리의 API를 개방해서 시리로 앱 내부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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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리모트앱도 개선돼서 기본 리모컨의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고, 터치 스크린 키보드로 입력도 수월하다. 얼마 전 tvOS의 업데이트로 블루투스 키보드도 쓸 수 있게 된 만큼 이제 tvOS의 입력 부분은 상당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키보드 입력이 번거로운 TV의 특성상 로그인은 아주 번거롭게 마련인데, TV에서 쓰는 디즈니, ESPN, CBS 등의 서비스 로그인을 한번에 해치울 수 있는 ‘싱글 사인온(Single Sign on)’도 눈길을 끈다. 암호를 기억하는 ‘키체인’처럼 로그인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가 한번에 간단히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전반적으로 tvOS의 개선은 입력의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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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TV에도 다크 모드가 들어간다. tvOS의 기본 화면은 흰색이어서 밤에 보기에 밝은 편인데, 이를 어두운 바탕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맥OS에도 적용된 바 있다. iOS에도 기대했던 부분인데 iOS에는 빠졌다.

워치OS와 tvOS 역시 오늘부터 개발자 프리뷰 버전이 배포되고, 가을에 정식 업데이트된다. 올 가을이면 4개 플랫폼이 동시에 열리게 되는 셈이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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