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안 통하는 한국, 해외 여행객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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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해외여행을 한다고 가정하자. 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앱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구글 지도’라고 답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나라를 가든 구글 지도 앱만 있으면 가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나라만은 예외다. 이 나라에서는 구글 지도가 별로 유용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 나라는 매우 이상한 나라다.

이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며 관광 산업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앱 하나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한국 관광 산업의 현실이다.

구글이 국내에서 정상적인 지도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규제 때문이다. ‘공간 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 국토해양부장관의 허락없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구글 지도 서비스의 경우 각 국가별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통합 서비스이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서버(데이터센터)에 데이터가 저장된다. 정부는 해외 서버에 지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지도의 국외 유출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이 승인해 줄 수도 있지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한국의 협력 업체를 통해 국내에 소규모 서버를 두고 구글 한국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글 지도 전체 시스템과 괴리돼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인 기능만 제공한다. 도보 내비게이션, 차량 내비게이션, 3차원 벡터 맵, 실내 지도, 실시간 교통 정보 등의 기능은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이런 기능은 상당수 중국이나 북한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2016-05-19 01.56.08문제는 평창 올림픽 등 국제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가 관광객의불편을 가중시키고, 한국 관광에 대한 만족도를 낮출 것이라는 점이다.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 권범준 씨는 “현재 중국, 러시아, 심지어 북한에서도 자동차 길찾기나 도보 길찾기 기능이 제공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되고 있다. “곧 있을 평창올림픽 국제 행사들이 있을 때  자국에서 사용하던 지도서비스가 작동을 안 하면 한국 방문 사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어비앤비라고 불리는 코자자의 김봉수 실장은 “우리는 구글 지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숙소를 찾아가려고 하면 그때부터 난감해져서 꼭 호스트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호스트들 중 영어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있으면 대화가 어렵고, 이상한 길로 찾아가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서비스 되지 않는 점의 문제는 관광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 지도 기반 서비스는 거의 구글 지도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를 이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서비스를 그대로 해외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서비스와 국외 서비스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의 주차장 강수남 대표는 “글로벌 데이터를 수집해서 해외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도를 (국내와 국외) 두 가지 버전으로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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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의 안드로이드 오토 이미지

구글 지도 서비스의 제약은 단순히 지도 서비스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고 안드로이트 오토라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이 분야에서 구글과 손잡고 있다. 현대차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자동차를 출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구글 지도가 안드로이드 오토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현대자동차는 한국에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구글의 무인자동차 등의 최신 혁신 기술들도 이 상태로는 국내에 들어오기 어렵다. 이 역시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권범준 매니저는 “한국에서 지도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는 것도 안타깝다. 한국만 제외하고 전세계 40여 개 국가에 런칭한 안드로이드 오토기반의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그 일례”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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