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VoLTE 이용한 국제전화 시작

SK텔레콤이 VoLTE로 국제전화를 시작한다. 그 시작은 ‘T로밍 HD보이스’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통화하는 로밍 요금제다. 하루 1만원(부가세 포함 1만1천원)을 내면 일본과 한국 사이의 전화 통화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T로밍 HD보이스는 SK텔레콤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제휴를 통해 한-일간 음성 통화를 기존 국제전화망 대신 LTE망 위에서 인터넷을 쓰는 VoLTE로 대체하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10월 NTT도코모와 제휴를 맺고 VoLTE를 이용한 음성 통화 로밍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아직은 일본에 한정되고 있지만 이동통신사들의 VoLTE 로밍 서비스는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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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화가 VoLTE로 이뤄진다는 점은 단순히 통화 음질이 좋아진다는 HD보이스로서의 역할보다 나라를 넘어가는 음성 통화에 대한 네트워크 기술에 변화가 생긴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VoLTE는 LTE의 데이터망을 이용하는 음성 통화 기술이다. 이제까지 이동전화 기술은 모두 음성 통화를 중심에 두고 데이터는 부가적인 기능으로 더해졌지만 4세대 이후 이동통신은 망의 대역폭을 전부 데이터에 할당하도록 설계됐다. 음성 통화는 기존 2G, 3G망을 이용하거나 데이터 위에서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것이 LTE와 5G의 전화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로 기존 음성 통화 서킷 사이에 끼워 넣던 것을 데이터 패킷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수 십년간 이어져 온 전화 통화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음성 통화 로밍은 VoLTE의 대중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 PSTN망을 이용한 국제 전화는 요금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는 망 사용에 대한 대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미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LTE는 빠르게 깔리고 있다. 인터넷 망을 이용하다 보니 무선랜을 전화에 쓰는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스카이프나 행아웃,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처럼 mVoIP를 이용한 인터넷 전화가 국제 전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전화 이 서비스들과 경쟁하려면 VoLTE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VoLTE, mVoIP와 다시 맞붙나

하지만 실제 대안이 될까? 일단 두 가지 면에서 VoLTE 국제 전화는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요금이다. 전화 통화를 기존 유선망에서 VoLTE로 바꾸는 것으로 통신사는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통화하고 1만원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분에 1천200원 정도 하던 기존 통화 요금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고,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2~300원씩 내던 부담도 덜 수 있다. 전화 통화가 중요한 단기 출장이라면 편하게 쓸 수 있는 요금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데이터 로밍 요금도 하루에 1만원이다. 이 서비스로 스카이프나 보이스톡을 쓰면 별 문제 없이 음성 통화를 이어서 할 수 있다. 물론 업무상 전화를 카카오톡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여행에서 개인적인 통화는 mVoIP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많이 쓰고 있다. 데이터 로밍을 쓰면 인터넷, 지도, 소셜 미디어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함께 쓸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추가로 1만원을 더 내면서 음성 통화를 쓸 지는 의문이다.

이는 사실 이전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나올 때 통신사들이 반발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음성 통화는 사업에서 중요한 수익원인데 이를 데이터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미 문자메시지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고, 음성 통화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후 국내 음성 통화는 사실상 기본 부가 서비스가 됐다. VoLTE가 그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낸 것도 사실이다. 국제 전화는 이미 mVoIP가 적지 않게 잡고 있는 시장이다. 전화번호 그대로 통화할 수 있는 VoLTE가 갖고 있는 강점을 국제 전화가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역시 요금제의 설계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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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TE가 국제 전화 표준 될까

또 하나는 기술 표준이다. 우리나라 통신3사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VoLTE를 도입했다.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통화할 수 있다고 광고를 했지만 각자의 통신사 안에서만 쓸 수 있는 기술이었다. VoLTE가 아무리 데이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결국 음성 신호를 상대방 통신사에 흘려보낸 뒤 상대방 교환기에 연결되어야 하는 전화 서비스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별도의 상호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고 내세웠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접속료는 사실상 VoLTE의 장벽처럼 됐다. 결국 지난해에야 간신히 이 문제를 해결해 타 통신사간 VoLTE가 이뤄졌다. 3년이 넘게 걸린 일이다. 이처럼 통신 서비스는 협의가 쉽지 않은 서비스다.

국제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있다. VoLTE는 아직 표준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국내에 구축된 VoLTE를 3GPP 표준 규격에 넣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규격이 맞는다면 VoLTE가 국제전화에 쓰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맞춰지지 않는다면 결국 기존 CDMA와 GSM시절처럼 통신 방식을 떠나 통화 방식에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래 통신 업계는 표준화에 부쩍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주파수나 통신 방식에 차이를 두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는 3GPP를 비롯해 통신 규격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하면서 인터넷 시장에 빼앗긴 메시징, 음성통화 등의 서비스 주도권을 되찾아오고자 한다. 어떻게 활용하냐에 달려 있겠지만 VoLTE는 분명 전화 시장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기술이다. 또한 로밍은 인터넷이 없앤 국경을 VoLTE가, 통신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또 하나의 실험대이기도 하다.

글.바이라인 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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