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실적 이해하기…매출 과대포장 주의

art_1401928227지난 주 소셜커머스 3사의 2015년 실적이 공개됐다. 매출을 보면 3사 모두 대폭 성장했다. 쿠팡은 1조1337억원, 위메프는 2165억원, 티몬은 195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사 모두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영업손실은 각각 쿠팡5470억원, 위메프 1424억원, 티몬1419억원이었다. 매출은 많이 성장했지만, 그만큼 손실도 커졌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 성장이 크면 손실이 좀 있더라도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초기 투자 단계를 지나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회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쿠팡에 1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쿠팡 실적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은 여전히 적지 않다. 과연 소셜커머스 3사는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쿠팡 로켓배송, 매출을 과대포장한다

2016-04-17 17.25.44
쿠팡의 2015년 실적표 (단위, 천 원)

얼핏보면 쿠팡은 지난 해 경이적인 실적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이 300% 이상 성장했다. 적자도 대폭 늘었지만, 매출 300% 신장은 놀라운 성장이다. 이런 수치를 가지고 실리콘밸리의 성공 기업의 사례를 대입해 보면, 쿠팡은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쿠팡의 300% 매출 성장이 고객수나 거래액이 세 배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조1337억원의 쿠팡 매출 중 9903억원이 상품매출이다. 상품매출이란 쿠팡이 직접 제품을 구매해서 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을 말한다. 소셜커머스는 원래 파트너와 고객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는데,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직매입 판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o-142-facebook

문제는 상품매출은 과대포장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에서 1만원에 제품을 판매했다고 가정하자. 과거의 경우라면 이 거래를 통해 일어나는 매출은 600원~1500원이다. 수수료만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하면 1만원이 전부 매출로 잡힌다. 만약 9500원에 제품을 조달해서 1만원에 판매했다면, 쿠팡이 번 돈은 500원이지만 매출은 1만원으로 잡힌다.

거래액 1만원에 대해 수수료 모델로 회계장부를 쓸 때와 직매입 모델로 계산할 때 약 10배의 매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2016-04-17 15.23.40
쿠팡 매출의 대부분은 상품 매출액이다

쿠팡의 실적으로 돌아가자. 쿠팡의 매출 중 거의 대부분이 직매입을 통한 상품매출이다. 같은 거래액이라도 수수료 매출 방식으로 거래했다면 쿠팡의 매출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는 쿠팡의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고객이 그만큼 많이 늘지는 않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로켓배송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거래량을 늘렸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이 만족감을 표할 정도는 아닌 듯 싶다. 수수료 거래 고객이 직매입 거래로 옮겨가면서 매출에 착시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쿠팡의 수수료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 이같은 유추를 가능케 한다.

쿠팡의 상품매출은 9900억원이지만, 상품을 구매한 원가는 9890억원이다. 사실상 상품 판매로 얻은 수익은 약10억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약 5470억원의 적자를 본 이유다.

위메프-티몬 손익계산서의 의아한 점들

직매입 상품 매출 증가가 쿠팡만의 상황은 아니다. 위메프와 티몬도 마찬가지다.

위메프는 상품매출액이 68억원에서 990억원으로 15배 뛰었다. 위메프의 전체 매출은 910억원 늘었지만, 역시 상품 매출로 인한 착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2016-04-17 17.34.26
위메프 실적 (단위, 원)

위메프 실적표에는 의아한 점도 있다. 수수료 매출이 2014년에 비해 줄었는데, 수수료 매출 원가는 200억원이나 늘었다는 점이다. 수수료 매출 원가는 보통 PG수수료나 콜센터 운영비 등이다. 거래가 줄었는데 PG수수료가 늘었을 리 없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지표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거래가 준 것이 아니라 거래와 서비스 매출이 늘었는데, 쿠폰 비용을 매출에서 차감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도 상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상품매출이 대폭 늘어난 것에 비례해 티몬 전체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04-17 17.37.34티몬의 매출은 약 19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8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티몬은 감사보고서에서 상품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상품매출원가가 869억원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매출도 그 이상 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티몬의 수수료 매출이 대폭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에 대해 티몬 측 역시 “쿠폰 비용을 매출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쿠폰을 비용처리 하지 말고, 매출에서 감소시키라는 것이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라면서 “저희는 이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어서 매출이 작아보이는데, 경쟁사는 잘 지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