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바보야! 문제는 데이터야

알파고 쇼크가 한국을 덮쳤다. 이세돌 9단을 꺾는 알파고를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인공지능 세상이 예상보다 훨씬 가까이에 왔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이 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이대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것. 정부는 3.5조원 투자해 글로벌 격차를 줄이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요즘 인공지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딥러닝 기술은 대부분 알고리즘이 공개돼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자사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소스로 풀어 놨다. 핵심 기술은 이미 다 공개돼 있는 셈.

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힘 중 하나인 컴퓨팅 파워도 클라우드라는 훌륭한 도구를 쓰면 된다. 옛날처럼 독자적인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알파고가 사용한 클라우드는 돈만 내면 누구라도 쓸 수 있다.

근데 왜 우리는 글로벌 수준에 뒤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문제는 데이터”라고 입을 모은다.

29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창조경제연구회 주최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하게 설파했다.

1603291814022340.jpg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인공지능 이론은 90년대에 거의 절정을 이뤘는데 이제와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당시에는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가 등장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현실화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컴퓨팅 파워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되고, 알고리즘은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오직 공개되지 않는 것이 바로 데이터”라면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연구회 이민화 이사장은 정부의 데이터 규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해놓았고, 공공정보는 망분리로 막아놓았다”면서 “투자자 보호하려고 투자 못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변했다.

그는 “공공정보, 개인정보를 묶어 놓으면 3.5조가 아니라 35조를 써도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없다”면서 “개인정보, 의료정보, 위치정보 등을 다 못 쓰게 막아놓았는데,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남용하는 사업자만 처벌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배영우 IBM상무는 “현실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며, 특정분야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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