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와 조선일보 연결을 꿈꾸는 스타트업 ‘데이블’

웬만한 기업들은 안다. 한국의 언론사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국내 언론사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한다. 언론사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제대로 대가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후려치거나 광고로 상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기업들이 언론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직접적인 금전적 대가보다는 우호적인 기사, 보신용 보험 등을 목적으로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언론계을 상대로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전문 기업 ‘데이블’이다.wpid-20151021105055tk9id8j5bi6fze5hjexd43yzvqc5cg0c.jpg데이블의 핵심 비즈니스는 ‘뉴스 추천’이다. 독자가 관심있어 하는 기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데이블뉴스’를 지난 해 출시했다. 데이블은 국내 언론사들과 손잡고 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한겨레, KBS 등 다수의 언론사  관련기사 목록이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콘텐츠 서비스 기업의 주요한 경쟁력이다. 넷플릭스가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기업으로 떠오른 것도 독보적인 콘텐츠 추천 기술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기업들은 개인화 기술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고 있다.

하지만 IT인력이 많지 않은 언론사들은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데이블은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언론사에 기사 추천 기술을 제공했다.

그 결과 언론사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기존에는 사이트에 유입된 독자가 한두 기사만 보고 나갔는데, 더 많은 기사를 보게 됐다. 그 독자가 관심이 있어할만한 기사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또 유입된 이후 6개 이상의 기사를 보는 헤비 유저의 비율도 높아졌다. 독자가 더 많은 페이지를 볼수록 광고는 더 많이 노출되기 마련이고 언론사의 수입도 늘어난다.

데이블이 자랑하는 강점은 실시간 정보가 추천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독자가 현재 보고 있는 기사와 관련된 기사도 추천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추천 서비스들은 기술적으로 배치(batch)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를 일정기간 동안 모은 후 일괄처리하는 것이다. 반면 데이블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 독자가 보고 있는 기사를 결합해서 추천한다고 한다.

데이블_이채현대표 (1).jpg
이채현 데이블 대표

이 회사 이채현 대표는 “(독자가 갖고 있는) 현재의 관심도 추천에 반영된다”면서 “실시간 추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데이블뉴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데이블은 데이블뉴스를 개발한 이후 처음에는 언론에 기술을 판매했다. 하지만, 판매 모델은 한계가 있었다. 시장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데이블은 ‘광고’ 사업을 더했다. 추천 기사 목록에 관련 있는 네이티브 광고를 삽입해서 클릭이 일어나면 그 수익을 언론사와 데이블이 나눠 갖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구글의 애드센스와 비슷하다. 텍스트를 분석해서 관련 있는 광고를 붙인다는 매커니즘이다.

이 모델은 더 많은 콘텐츠 소비가 일어날수록 수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사와 데이블의 상생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독자들이 언론사 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주로 뉴스를 본다는 점은 한계다. 광고가 노출될 기회를 포털뉴스에 빼앗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금은 언론사 웹사이트에 지저분한 광고가 많이 붙어 있어 사람들이 들어가기 싫어한다”면서 “데이블뉴스를 통해 일어나는 광고수익이 커지면 언론사는 지저분한 광고를 제거할 수 있고, 그러면 직접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각 언론사의 기사를 연결하는 ‘데이블뉴스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겨레 기사 관련기사에 조선일보 기사를 달리는 방식이다. 독자들은 한 언론사 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기사를 타고 여러 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에게 추천된 뉴스를 볼 수 있다.

다만 언론사들이 경쟁사에 트래픽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좀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몇몇 언론사와 얘기를 해봤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면서 “트래픽을 넘겨준만큼 넘겨받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