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왜 ‘기저귀 전쟁’을 벌일까

201602181456196908_l.jpg때아닌 ‘기저귀 전쟁’이 벌어졌다. 이마트가 지난 18일 하기스 매직팬티(대형)를 온·오프 최저가인 장당 309.8원에 팔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커머스 업체들이 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마트,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참전했다. 품목도 기저귀에서 분유 등 다른 유아용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가 기저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쿠팡’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참전하는 신세계그룹의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2015년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3조934십억원으로 전년대비 19.1%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4조 427십억원으로 64.3%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거래액은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백화점 거래액은 0.4% 줄었다. 이는 모바일 쇼핑 시장을 놓치면 유통 산업의 헤게모니를 놓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모바일 커머스 1위 업체는 쿠팡이다. 쿠팡이 현재처럼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최강자가 된 과정을 돌아보면 기저귀, 분유, 물티슈 등 유아용품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쇼핑을 나가기가 쉽지 않고, 컴퓨터를 켜고 쇼핑을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모바일 커머스의 이런 엄마들에게 최적의 쇼핑 솔루션이었던 셈이다.

쿠팡은 이 수요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엄마들은 기저귀를 사기 위해 쿠팡 모바일 앱을 터치했다. 저렴한 육아용품과 빠른 배송, 친절한 쿠팡맨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20~30대 여성인 이들은 가장 구매력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기저귀를 사기위해 방문한 쿠팡에서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게 됐다.

이마트가 기저귀를 앞세워 최저가 전쟁을 펼치는 이유가 이것이다. 쿠팡 성공의 기반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다. 기저귀, 분유 등의 육아용품 구매자들이 발길을 돌리면 쿠팡의 성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동시에 쿠팡이 빠진 자리를 신세계통합온라인몰 ‘쓱(ssg.com)’이 들어가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 통합온라인쇼핑몰 SSG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온라인.모바일 쇼핑에 대한 투자에 돌입했다. 또 유통업계 최초로 SSG페이를 선보인 것도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이 최저가 전쟁에서 누가 이길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자본력으로는 대기업인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이 앞서 있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물류센터, 로켓배송, 할인쿠폰 등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해 적자가 심한 상황이다. 쿠팡은 지난 해 4000~50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가뜩이나 적자가 심하기 때문에, 이마트가 최저가 전쟁을 장기화 하면 쿠팡이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쿠팡은 설립 이후 계속 적자지만,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계속 과감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쿠팡의 적자는 계획된 것이어서 당장 큰 문제가 아니고, 성장을 계속하면 투자자들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2~3년 후 시장 경쟁에서 탈락하는 업체들이 다수 등장할 것이고, 그때까지 리더십을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하기 힘들다고 볼 수도 있다.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를 기록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그대로 바라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최저가 전쟁은 단순히 기저귀나 분유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커머스 시장을 놓고 벌이는 전통의 유통 공룡과 신생 공룡의 생존 대결”이라며 “어쩌면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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