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좋아요’와 싸우는 페이스북…뉴스피드 알고리즘 바꿔

한 때 네이버에서 맛집을 검색할 때 ‘검색어+오빠랑’을 입력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맛집 검색결과에 워낙 광고홍보성 블로그가 많기 때문에, 솔직한 후기를 찾아내기 위한 편법이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식당을 방문한 여성이 돈 받고 일방적 홍보글을 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 방법은 인기를 끌었다.

‘검색어+오빠랑’은 이용자들이 일반적인 네이버 블로그 검색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용자들은 검색 결과에서 홍보글을 제거하기 위한 나름은 방안을 찾았던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맛집, 요리 레시피 등 생활정보를 얻기에 매우 유용한 플랫폼이었지만 이제는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네이버 블로그의 맛집 검색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재는 ‘검색어+오빠랑’이라는 키워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일부 이용자들의 어뷰징(오남용)은 심각한 문제다. 어뷰징이란 플랫폼의 영향력을 활용해 품질 낮은 콘텐츠로 사용자만 확보하거나, 광고성 콘텐츠만 남발하는 태도다.

플랫폼 운영자가 어뷰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플랫폼 자체의 신뢰가 떨어지고,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을 떠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어뷰징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에 대한 어뷰징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라면 최근 낯선 미모의 여성이 친구신청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무심코 이들의 친구신청을 받아들이면 낯뜨거운 정보가 내 담벼락과 타임라인을 장식하게 된다.

또 페이스북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온갖 행위들도 일종의 어뷰징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돈을 내면 ‘좋아요’를 얼마까지 늘려준다는 대행사들이 많다.

경품을 걸고 ‘좋아요’나 공유를 늘리는 행위도 크게 보면 어뷰징에 해당한다. ‘좋아요’가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가 아니라 문화상품권이나 커피 쿠폰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이는 ‘좋아요’라는 평판시스템의 신뢰를 깨뜨리고, 페이스북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페이스북이 지난 2일 발표한 새로운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의 변화는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2월부터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기존에는 ‘좋아요’나 댓글수가 많으면 더 많이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좋아요, 공유, 댓글이 많은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라는 생각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억지로 ‘좋아’요를 늘리고, 경품으로 댓글을 달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인해 이런 알고리즘을 점점 무력화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악화(惡貨)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바꾼 것이다.

이번 알고리즘 변경을 위해 페이스북은 피드 품질 패널(Feed Quality Panel)이라는 평가 시스템을 통해 두 가지 방법으로 사용자 반응을 조사해왔다고 한다. 하나는 매일 1000명의 사용자에게 뉴스피드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물었다. 또 하나는 전 세계 수만 명의 사용자에게 각 게시물을 5단계로 평가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좋아요’나 댓글이 달리지 않아도, 굳이 클릭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은 콘텐츠가 있고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이런 콘텐츠가 잘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알고리즘은 ‘좋아요’나 댓글과 관계 없이 좋은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술이 담겨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그에 대응하는 어뷰징 기법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좋아요나 댓글, 클릭 등의) 이용자의 행동을 유발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내용이 아니라면 페이스북을 통한 트래픽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가짜 좋아요와 댓글을 걸러내겠다는 강한 의지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