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5초 네이버는 15초…동영상 광고의 경제학

어느날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가 불렀던 노래 <양화대교>를 다시 듣고 싶어졌다. TV로 보면서 주책맞게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노래였다.

네이버에서 ‘코스모스 양화대교’를 검색해 TV캐스트의 영상을 클릭했다. 코스모스의 애절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광고가 먼저 나왔다. 광고 건너뛰기(Skip)가 가능해지기를 기다리며 마우스를 누를 준비를 했다.

5초가 지나고 클릭을 하려고 했는데, 기대했던 건너뛰기 단추가 나오지 않았다. 15초를 봐야 광고를 건너뛸 수 있다고 네이버 TV캐스트는 알려왔다. 짜증이 밀려왔다. 7초, 8초, 9초, 10초가 지나고 창을 닫아버렸다. 광고 때문에 노래를 듣고 싶었던 욕망 자체가 사라졌나 보다. 1분 30초 짜리 영상을 보기 위해 15초를 기다리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이같은 인내심 부족은 이용자들이 이미 유튜브의 5초 이후 광고 건너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대부분의 경우 5초 후 광고 건너뛰기가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5초만 견디면 언제든 보고자 했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네이버 광고 15초’를 검색해보면 TV캐스트 광고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대체로 네이버가 돈 벌려고 이용자들의 편의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런 네티즌들의 불만에 네이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 광고를 네이버가 붙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볼 수 있는 복면가왕 동영상은 스마트미디어렙(SMR)이라는 회사가 제공한다. 이 회사는 MBC와 SBS가 주축이 돼서 설립한 곳으로, MBC, SBS를 비롯해 CJ E&M, 종합편성채널 등의 콘텐츠를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KBS를 제외한 주요 TV콘텐츠가 모두 이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의미다.

SMR은 PIP(플랫폼 인 플랫폼)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CP(콘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에 머무리지 않고, SMR 자체적으로 플랫폼이 되는 전략이다. 다만 SMR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힘은 없기 때문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형식으로 플랫폼을 구축한다.

네이버나 다음에 입점해 있지만, 스스로 플랫폼이기 때문에 동영상에 광고도 직접 수주해서 붙이고 광고 정책도 스스로 정한다. 15초 광고도 네이버가 아닌 SMR의 전략이다. 네이버 TV캐스트 내의 비(非)SMR 콘텐츠들은 광고가 없거나 5초만에 건너뛰기 할 수 있다. 다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포털 업체들은 자사 안에 다른 플랫폼이 입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SMR은 주요 공중파와 케이블TV, 종편의 콘텐츠를 보유했기 때문에 힘이 막강해 포털들도 PIP 입점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포털이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에 맞서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했고, 품질이 검증된 TV 핫클립은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은 유튜브 안에 다른 플랫폼이 들어오는 PIP를 허용하지 않았다. 설사 국내 방송국의 TV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확보한 유튜브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별로 없다.

유튜브는 대신 1인 콘텐츠 창작자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언론과 대중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고, 유명 1인 창작자를 구글의 디플레이 네트워크 광고에 실어주기도 했다. TV 방송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영향력있는 1인 창작자를 더 많이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SMR과 국내 포털의 연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방송 핫클립 덕분에 TV캐스트를 활성화 시키는 데 성공했고, SMR는 광고수익을 높였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늘어난 광고시간 때문에 불편함이 커졌을 뿐 아니라 원치 않는 광고를 억지로 보느라 데이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됐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