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토리 7년 후] 룬랩 황룡 대표 “실패를 인정하고, 미련을 버리는 게 힘들어”

지난 2008년 연말 ‘벤처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 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20명의 스타트업 CEO가 이 인터뷰에 응했다. 돌아보면 다소 빠른 기획이었다. 최근 일고 있는 스타트업 붐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것인데, 당시는 아직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이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지만, 그 때도 청년 기업가들은 꿈을 꿨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인터뷰이 리스트를 보니 백만장자가 된 창업자도 있고, 겨우겨우 회사를 유지해나가는 창업자도 있다. 회사 문을 닫고 직장인이 된 이도 있으며, 심지어 정부지원금 불법유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사람까지 존재했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7년 그들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고, 얼마나 성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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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 Loon Lab Inc 대표

첫 번째 인터뷰이는 룬랩(Loon Lab)의 황룡 대표다. 그는 7년 전 벤처스토리 시리즈에서도 가장 처음 만난 창업자였다. 당시 황 대표는 룬랩이 아닌 사이러스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사이러스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회사였다. 인디 음악을 중심으로 ‘블레이어’라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그가 음악을 소재로 창업을 했을 때는 스마트 혁명이 없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밀크나 애플 뮤직이 인기를 끌고 있고, 스타트업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비트도 고속 성장을 하는 것을 볼 때 황 대표 기획의 방향은 맞았던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빨랐던 블레이어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블레이어가 지지부진하자 황 대표는 태국으로 건너갔다. 2012년 페이스북 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라우드박스(LoudBoX)’를 태국에서 선보였다. 성숙한 국내 시장에서 승부가 여의치 않자 동남아 시장에서 먼저 기반을 닦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마저 쓴 맛을 봐야 했다. 태국 시장이 기대처럼 빨리 성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빈손으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시간이 실패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황 대표는 “실패를 인정하고, 미련을 버리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실패가 곧 끝은 아니었다. 최근 황 대표는 룬랩으로 재기했다.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음악 비즈니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사물인터넷(IoT)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했다. 음악 서비스 기업에서 제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룬랩의 첫 번째 제품은 스마트 생리컵 ‘룬컵’이다. 생리컵은 국내에서는 사용자가 적지만, 해외에서는 탐폰과 같은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여성용품이다. 룬컵이 단순한 생리컵은 아니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룬컵에는 여성의 생리주기, 혈량, 혈색 등의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 센서로 측정된 정보는 블루투스 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규칙한 생리주기는 자궁이 보내는 이상신호일 수 있고, 피의 색깔이 연해진다면 빈혈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생리 혈량도 자궁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여성들은 생리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매월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Qs56pIDGBAY]

황 대표와 룬랩은 지난 2년 동안 룬컵을 개발했다. 황 대표는 기술자 출신이 아니지만, 직접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수 없이 많이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고, 무수한 회로도를 그렸다고 말했다.

룬컵은 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투자가 진행됐는데, 최초 목표금액의 321%인 16만 달러 모금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총 68개국 3631명이 4900개의 제품을 구매했다.

해외 언론들도 룬컵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매셔블, 테크크런치, CNET 등 IT전문 글로벌 미디어 전문지와 비즈니스 매거진 포춘(Fortune) 등 100여 개의 해외 미디어가 룬컵을 소개했다.

황 대표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생리컵을 통해 여성들의 건강과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이라며 “아직은 측정할 수 있는 정보가 생리주기, 혈량, 혈색 정도지만, 향후 제품을 발전시켜 여성들이 매달 건강검진을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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