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알리바바에 배워야 할 점

지난 11월 11 중국의 광군제를 바라보며 한국의 유통업계는 입이 쩍 벌어졌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11월 11일이 시작된 후 알리바바가 10억 위안(181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72초가 걸렸다. 한 시간에 300억 위안(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전 11시 50분, 지난 해 매출액 571억 위안을 뛰어넘었다. 알리바바는 이날 하루동안 912억 위안(약 16조4980억원)을 벌었다.

IT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중국의 광군제를 보며 놀란 것은 엄청난 매출만이 아니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동안 발생한 어마어마한 트래픽과 트랜잭션을 버텨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의 전자지불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이날 초당 최대 8만5900건의 결제 트랜잭션을 처리했으며, 이날 하루 동안 4억3000만건의 트랜잭션을 무난하게 처리했다고 한다.

과연 국내 기업 중 이 같은 트래픽을 버텨낼 회사가 있을까?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회사는 아마 없을 것 같다.

IT 시스템은 CEO의 관심에서 멀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긴밀하게 연결된 O2O(Offline to Online, Online to Offline) 시대에는 IT시스템의 품질이 기업의 비즈니스를 좌우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 31일~11월 1일 주말동안 배달의민족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 장애는 2회에 걸쳐 장시간 동안 일어났다.

이날은 야구 한국시리즈 마지막 날이었다. 많은 야구팬들은 한국시리즈를 보며 치맥(치킨+맥주)을 즐기기 위해 배달의민족에 접속했을 것이다. 또 이날은 할로윈데이였다. 친구들끼리 파트를 열고 배달 음식 주문하기 위해 배달의민족 앱을 실행시켰을 것이다.

이같은 시기적 요인으로 인해 이날의 배달의민족 앱 접속자가 유독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배달의민족 시스템은 버텨내지 못했다. 트래픽을 분산하는 시스템에 약간의 오류가 있었고, 결국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배달의민족 시스템이 멈추자 경쟁 서비스인 요기요까지 버벅거렸다는 것이다. 치맥을 즐기고 싶은 야구팬이나 할로윈 파티어(partier)들이 배달의민족 실행이 안되자 요기요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요기요는 멈췄다 서기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주문을 처리했다.

이날 장애로 배달의민족은 광고주들에게 매장당 3600원씩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이틀동안 시스템이 멈춰버린 탓에 광고효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불되는 총금액은 약 2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해 배달의민족 광고매출이 약 200억원 정도인데, 그 중 1%를 하루에 까먹은 것이다. 그날 장애로 놓친 고객과 기회비용까지 계산하면 피해는 더욱 가중된다.

알리바바가 엄청난 트래픽을 견뎌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알리 클라우드가 있다. 갑자기 늘어나는 트래픽도 감당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양대산맥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클라우드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안정적인 IT 시스템 없이 어떠한 혁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의민족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클라우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국시리즈, 할로윈데이 정도를 버텨내지 못하는 것은 곤란하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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